[CEO에세이]제품의 안전이 품질 


[머니투데이] 10월3일은 개천절이다.
 
2003년의 개천절은 금요일이었다. 그래서 10월5일 일요일까지 징검다리 공휴일을 즐길 수가 있었다. 그런데 10월5일 오후 6시쯤 끝나는 연휴에 찬물을 끼얹는 사고가 있었다.

여천공단 호남석유화학 공장에서 폭발과 함께 대규모 화재가 발생했다. 직원 1명이 숨지고 7명이 다쳤으며 4억원 상당의 재산피해가 발생했다는 언론 보도가 있었다. 같은 날 밤10시경에는 충북 충주시 상모면 온천리 조선호텔에서 불이 났다. 그래서 세계 무술축제에 참가한 외국 무술인 등 투숙객 20여명이 연기에 질식하여 병원으로 후송됐다.

이러한 사실들은 세계 만방에 알려져서 한국은 망신을 당했다. 한국의 수도 서울 한강을 가로지르는 성수대교가 무너졌었다. 강남 최고급 백화점이던 삼풍백화점이 벌건 대낮에 무너진 일도 있었다. 그곳에는 공원을 만드느니 영혼을 위로하고 재해 방지를 위한 기념 장소가 되게 하느니 떠들썩하다가 대형 주상복합빌딩이 들어섰다.

한국에서는 사고가 나면 그때뿐이다. 세계 사람들의 눈에 한국은 고쳐지지 않는 사고의 천국이다. 어린이 두뇌 발전을 위해 탄생한 장난감, 덴마크의 자랑거리 ‘레고’(Lego)를 보라. 어린이들이 레고 블록을 무심코 입으로 빨 경우에라도 인체에 해롭지 않은 재질을 쓴다고 하지 않던가.

또 레고 블록은 잘 깨지지도 않는다. 혹여 깨질 경우라도 칼날같이 예리하게 깨지지 않도록 제품을 생산한다고 한다. 그러니 그 레고는 세계 모든 어린이들이 갖고 노는 세계 수준의 장난감이 된 것이 아닌가.

그만큼 소비자 보호 개념을 확보하지 않으면 세계의 상품이 될 수 없다. 바야흐로 제조물 책임(PL:product liability)법 시행은 국제적 대세가 되었다. 제품의 품질 관리 중 안전성 확보는 글로벌 경제시대에 기업 경쟁력의 필수 조건이 되었다.

한국에서도 PL법이 시행되고 있다. 소비자가 제조상의 결함, 설계상의 결함, 사용표시상의 결함 등 제조물의 결함으로 다치거나 재산상의 손해를 보았을 경우 배상의무를 규정한 것이다. PL법 시행 전까지는 소비자가 제품 등의 결함을 입증해야 했다. 그러나 그 책임이 기업에 넘어갔고 피해도 배상해야 한다.

국제적 추세에 따라 한국은 늦게나마 국회를 1999년 통과했고 지난해 발효가 시작된 것이다. 이 PL법이 없더라도 세계적 상품이 되려면 PL법이 규정한 수준이상으로 소비자 안전을 위해 기업은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일본의 경험을 보면 PL법이 도입되면서 소비자들의 소송건수가 2배 증가하였다는 보고도 있다. 미국의 경우 1978년 포드의 무스탕 사건이 있다. 무스탕이 정차하고 있을 때 뒤에서 달려오던 차가 충돌하여 화재가 발생했다. 그래서 무스탕에 타고 있던 사람이 사망했다. 유족은 무스탕 가솔린 탱크의 설계 불량이 차량폭발화재의 주원인이라고 주장했다.

재판결과 포드는 손해 배상금 2천만 달러를 유족에게 지불할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현대시장에서 ‘안전’은 품질의 중요요소가 되었다. 기업은 이러한 PL법 시행의 국제적 대세를 부정적으로 보기보다 적극적으로 대처해 나가는 것이 지혜로운 일이다.

PL보험가입과 제품사용설명서에 세심해야 한다. 하지만 근본대책은 품질경영을 철저히 하여 불량품을 근절하는 것이 긴요하다. 경영자는 소비자 보호뿐만이 아니라 종업원 안전에도 만전을 기하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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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익기자 ⓒ[머니투데이 10/15 20: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