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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호르몬 다음세대는 없다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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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02-05-18 09:18 조회1,98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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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분야 : 정보/과학
등록 일자 : 2002/04/21(일) 17:37


[과학]\"환경호르몬 방치땐 다음세대는 없다\"

      한국 등 17개국에 번역된 베스트셀러 ‘도둑맞은 미래’의 저자 다이앤 듀마노스키가 동아사이언스와 랩프론티어의 초청으로 우리나라에 와 18일 저녁 ‘호르몬의 재앙’을 주제로 대중 강연을 했다.

      30여년 동안 미국 보스턴 글로브 등에서 환경 저널리스트로 일해온 그가 2명의 동물학자와 함께 96년 출판한 이 책은 합성화학물질이 성비 파괴, 생식 능력 저하로 다음 세대를 위협하는 실태를 고발해 전세계에 ‘환경호르몬 돌풍’을 일으킨 장본인이다.

      그는 이날 강연에서 환경호르몬이 생식계통뿐아니라 지능과 행동에도 장애를 준다며 ‘녹색화학’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강연 뒤 자세한 얘기를 들었다.

    -환경호르몬이 어떻게 다음 세대를 위협하는지 설명해 달라.

    “2차 대전의 ‘화학혁명’을 통해 현대문명은 농약 등 엄청난 화학물질을 환경에 쏟아 부었다. 환경호르몬은 사람의 지방, 자궁의 양수, 모유, 북극곰, 심해의 고래, 정원의 토양, 플라스틱 용기, 합성세제, 화장품, 장난감, 컴퓨터 어디나 존재한다. 지금까지 140종이 넘는 화학물질이 환경호르몬으로 밝혀졌고, 숫자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DDT, PCB, 다이옥신 등 난분해성 환경호르몬은 여성의 체지방에 축적됐다가 임신한 여성이 자신의 지방을 태워 새 생명을 만들 때 탯줄이나 모유를 통해 아기에게 전달된다. 우리 몸 속에서는 췌장, 갑상선 등 내분비기관에서 호르몬이 분비된다. 호르몬은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장소에 제공돼야 아이가 정상적으로 성장한다. 그런데 일부 화학물질은 호르몬과 구조가 비슷해 체내에 들어오면 호르몬 흉내를 낸다. 이 때문에 인체가 착각을 일으켜 특히 발육기의 태아나 어린이가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는다. 이는 마치 핸드폰에 다른 사람에게 가야할 메시지가 전달돼 통신이 교란되는 것과 비슷한 이치다.”

 
      환경오염으로 기형 부리를 갖고 태어난 물새
    -책 출판 이후 환경호르몬이 생식 계통의 장애 외에 뇌와 행동에도 영향을 주는 것으로 밝혀졌는데
 
    “미국 5대호 지역에서 엄마의 자궁에서 PCB 등 저농도의 환경호르몬에 노출된 아이를 장기간 추적 조사했다. 그 결과 이들은 커서 지능의 발달과 학습 능력, 집중력에 장애를 나타내고 스트레스에도 약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런 증상은 수십년 뒤 성인이 돼야 나타나므로 발견이 어렵다. 놀라운 사실은 환경호르몬에 오염된 물고기를 먹은 여성의 환경호르몬 농도가 거의 자연 농도에 가까운 정상농도였다는 점이다. 5대호의 숭어는 단지 5 ppt(ppt“1조 분의 1)의 다이옥신 농도로 알이 치명적 피해를 입어 멸종 위기를 맞고 있다.

      20세기에 유럽에서는 남성의 정자 숫자가 절반까지 감소했고, 젊은 남성의 고환암 환자가 급격히 늘었다. 미국에서도 생식기의 기형인 요도하열증 환자가 70년에서 90년 사이에 두배로 늘었다. 플로리다의 악어는 수컷의 성기가 3분의 1에 불과하다. 암컷도 수컷도 아닌 거북이와 북극곰의 숫자도 늘고 있다.”

      -플라스틱 용기는 현대인의 필수품이 됐다. ‘도둑맞은 미래’에서 문제를 삼았던 플라스틱 용기 속의 비스페놀A를 둘러싸고 논란이 뜨거웠지만 여전히 사용되고 있다. 안전하다고 보나.

    “(사무실의 생수통을 가리키며) 생수통이나 젖병은 폴리카보네이트라는 플라스틱으로 만든다. 여기에는 비스페놀A가 들어있어 플라스틱을 부드럽게 한다. 어린이 젓병의 95%가 폴리카보네이트이다. 책 발간 직후 화학산업체는 비스페놀A가 안전하다는 실험 결과를 내놨다. 하지만 2년 전 플라스틱 용기나 캔에서 용출되는 미량의 비스페놀A가 태아의 뇌 발달과 행동, 생식계통에 영향을 준다는 동물 실험 결과가 나와 유명 저널에 발표됐다. 비스페놀A는 플라스틱이 낡거나 뜨겁게 가열되면 더 나오므로 주의해야 한다.

      최근 환경호르몬으로 밝혀진 PBDE도 주목 대상이다. 이 난분해성 물질은 플라스틱이 불에 붙지 않도록 하는 방염재로 컴퓨터, 자동차, 가구, 옷, 카펫, 건축재 등 플라스틱 어디에나 쓰인다. 스웨덴에서는 72년부터 97년 사이에 모유의 PBDE 농도가 50배나 증가했다. PBDE는 자연의 갑상선 호르몬보다 7배가 강력하다. 따라서 갑상선 호르몬의 영향을 받는 뇌의 발달에 위협적이다.”

    -환경호르몬을 추방하기 위해 많은 나라가 노력하고 있는데

      “DDT, PCB 등 12개 난분해성 유기오염물질에 대한 금지협약(POPS)이 지난해 채택됐다. 환경단체들은 8월 남아공에서 열릴 지속가능한 개발 정상회담 때까지 이 협약을 발효시키기 위해 각국 정부에 가입 압력을 넣고 있다. 하지만 금지할 12개 물질은 환경호르몬의 극히 일부이다.

      7만2000종의 합성화학물질이 판매되는 미국에서는 매년 2400종의 새 물질이 나오지만, 이중 15개만이 합리적인 안전성 평가를 받고 있다. 우리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거대한 화학실험에 참가하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따라서 환경호르몬 문제는 단지 과학의 문제가 아니라 윤리의 문제이기도 하다.”

    -한국인에게 특별히 하고 싶은 말은?

    “유명 의학잡지 ‘랜싯’에 최근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1960년대 유아 사망의 15%가 DDT 때문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중국 등 25개국이 여전히 말라리아 모기 퇴치 등을 위해 DDT를 쓰고 있다. 한국은 DDT 사용을 금지했지만 중국의 농산물을 수입하는 나라다. 게다가 DDT는 바람과 황사를 통해 장거리 이동을 하므로 관심을 가져야 한다. 스웨덴은 1999년 지속가능한 화학 정책을 채택하면서 모든 화학물질에 대해 안전성이 입증돼야 사용을 하기로 정책을 혁명적으로 전환했다. 한국도 ‘녹색 화학’ 체제 구축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신동호 동아사이언스기자 dong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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