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안전경영의 필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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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03-03-02 20:09 조회2,226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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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안전한가]<上>
서울1호선 유독가스 제거시설 全無
《안전하고 쾌적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시민의 발’이라고 자임해온 지하철. 그러나 이번 대구지하철 참사로 씻을 수 없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또 다른 대형사고를 초래하지는 않을까 하는 불안감도 주고 있다. 전국에는 현재 서울 부산 대구 인천 등 4개 도시에 12개 노선(411.5㎞)의 지하철이 있다. 이용 승객은 하루 약 658만명, 연간으로는 약 24억명에 이른다. 내년 초엔 광주지하철이 개통되고 대전도 지하철 건설을 검토하고 있다. 이번 참사를 계기로 전국 지하철의 안전 문제를 긴급 점검해본다.》
대구지하철 방화사건이 대형 참사로 이어진 것은 지하공간이어서 유독가스에 의한 질식사가 많았기 때문이다. 전국 지하철역의 80% 이상이 지하에 위치해 있어 언제든 이와 유사한 참사가 발생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대책 마련이 시급한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연기에 무력한 방재(防災)시설=역사 내에는 ‘소방법’에 따라 역사 1곳에 평균 120개의 화재 및 연기탐지장치, 400개의 스프링클러, 10개의 소화전 등이 설치돼 있다.
그러나 지하에서 가장 위험한 유독가스와 연기에 대한 방재시설은 거의 없다. 서울지하철공사는 “역당 20∼30개의 환기시설이 있다”고 말하지만 이것은 일반적인 환기장치에 불과할 뿐 화재까지 대비한 정식 환기(제연·除煙)시설이 아니다.
서울지하철공사가 운영하는 1∼4호선의 경우 제연시설이 설치된 곳은 지하의 95개역 가운데 36곳에 불과하다. 1970년대에 건설된 1호선엔 하나도 없다. 소방법에 제연시설에 대한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연기나 가스는 초당 수평으로 1∼2m씩, 수직으로 3∼5m씩 확산된다. 이렇게 빠른 속도로 퍼지는 연기나 가스를 제거하려면 보통의 환기장치로는 불가능하다.
지하철 관계자에 따르면 연기가 역사에 꽉 찼을 경우 지금의 환기장치로 모두 빼내려면 무려 1시간 가까이 걸린다. 지하철역이 연기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는 셈이다.
참사가 발생한 대구지하철의 경우도 화재용 제연시설이 아닌 일반 환기시설로 유독가스와 연기를 빼내다보니 무려 3시간 이상이나 걸렸다.
한양대 김수삼(金修三·토목공학) 교수는 “연기의 확산속도 등을 과학적으로 계산하고 가상실험을 거쳐 이에 맞게 역사와 터널에 제연시설을 갖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너무 깊고 복잡한 통로=서울지하철의 경우 기존 노선에 중첩되게 계속 건설해 역사(驛舍)와 승강장이 지하 30∼40m까지 깊어지고 비상시 이동통로도 복잡해지고 있다.
8호선 남한산성역은 승강장 깊이가 무려 60m. 이로 인해 화재 등이 발생했을 때 연기와 유독가스가 잘 빠지지 않고 승객들이 동시에 지상으로 대피하기도 어렵다. 그러나 승강장의 깊이나 통로 크기 등에 관한 규정은 없는 실정이다.
비상시 대피 유도등이 부족한 것도 문제다. 서울지하철역의 경우 비상등은 역당 평균 60개 내외. 전원이 나가도 비상등이 들어오지만 혼잡할 경우 비상등이 적어 잘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다. 따라서 비상등을 좀더 촘촘히 설치해 마치 하나의 선처럼 보이도록 해야 한다는 것.
비상시 구조대가 투입될 수 있는 전용통로도 필요하다. 용인대 김태환(金泰煥·도시방재학) 교수는 “일본처럼 119구조대가 즉각 투입될 수 있도록 지상에서 지하까지 별도의 통로를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화재에 취약한 내부 인테리어=역사의 인테리어 재질이 불에 타기 쉽다는 점도 심각한 문제다.
인화성물질인 우레탄폼을 이용해 계단과 에스컬레이터 통로를 동굴처럼 꾸민 서울지하철 충무로역이 대표적인 경우. 오래 전부터 화재와 유독가스가 발생할 우려있다는 주장이 제기됐으나 아직까지 철거되지 않았다.
부산지하철 시청역 승강장 통로와 기둥에는 플라스틱과 아크릴로 만든 대형 광고판이 10여개나 설치돼 있다. 또 하루 7만여명이 이용하는 인천지하철 부평역 구내엔 상가들이 밀집해 화재가 날 경우 대형 참사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대책=무엇보다 연기에 대한 대책이 가장 시급하다. 소방법에 관련 규정을 추가하거나 지하철 관련 법규에 제연시설 설치를 의무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또한 역사를 설계할 때 소방전문가가 제외된다는 점도 개선해야 한다.
용인대 김 교수는 “역사 설계 때부터 토목과 건축전문가뿐만 아니라 소방 및 방재전문가가 함께 참여해 관련 시설을 충분히 설치하는 쪽으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광표기자 kplee@donga.com
부산=조용휘기자 silent@donga.com
인천=차준호기자 run-juno@donga.com
▼선진국선 어떻게▼
독일 프랑스 일본 등 선진국들은 화재를 비롯한 지하철 돌발 재난에 철저하게 대비하고 있다. 이들은 지하철 차량 제작 단계에서부터 불에 잘 타지 않는 소재를 선택하고 방재시스템을 지속적으로 개선하는 등 안전도를 높이기 위해 갖은 지혜를 짜내고 있다.
▽독일=1902년 베를린에서 처음 지하철이 개통된 뒤 지금까지 화재로 숨진 승객은 단 1명도 없다. 이 같은 안전성은 차량 제작 단계에서부터 항공기 안전 기준에 맞춰 불연재(不燃材)를 주로 사용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모든 차량에는 화재감지장치와 스프링클러, 휴대용 소화기 등이 비치돼 있다. 차량과 터널, 정거장에는 환기 및 배기장치가 돼 있다. 특히 화재가 났을 때 지하철 차량은 자동적으로 브레이크가 작동되지만 이때에도 터널 속에 머무르지 않고 일단 다음 역까지 간 다음에야 정지하도록 설계돼 있다.
비상시 소방대의 접근과 승객 대피를 쉽게 하기 위해 터널 곳곳에 비상통로가 마련돼 있다. 터널 내에는 출구 방향을 알려 주는 안내등이 있으며 정전 때에도 비상전원을 공급받아 켜진다.
베를린 지하철 170개 역에는 521대의 ‘비상 및 정보 기둥’이 설치돼 있다. 각종 재난시 누구나 이 기둥의 신고 버튼을 누르면 바로 중앙통제실과 연결된다. 중앙통제실 직원은 폐쇄회로TV를 통해 신고자와 주변 상황을 살펴보면서 대화를 나눌 수 있다.
▽일본=지하철 화재는 1968년 도쿄 히비야(日比谷)선에서 발생한 뒤 35년간 한 건도 없었다. 당시 일본 철도기술협회, 소방당국은 객차 내 좌석시트, 바닥, 손잡이, 벽 등의 소재를 내연재(耐燃材)로 모두 교체했다.
일본 소방당국이 실험한 결과 좌석에 붙은 불은 다른 곳으로 옮겨 붙지 않고 발화지점에서만 타다가 20분 정도 만에 꺼졌다. 유독가스가 대량으로 발생하는 원인을 제거한 것. 또 주요 역마다 연기관측기를 자동 감시하는 방재센터를 설치했다. 연기가 나면 자동경보와 함께 배출장치가 작동하도록 돼 있다. 역 주요 지점에는 방화벽을 설치했다.
또한 일본 지하철 역무원들은 전동차가 역내에 들어와서 나갈 때까지 손전등을 들고 나와 확인한다.
특히 일본의 방재전문가들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일본에는 지하철과 연결된 지하상가, 백화점 등이 많아 한번 화재가 나면 대형참사로 이어질 수 있어 더욱 철저히 관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프랑스=1900년 개통된 파리지하철은 1903년 84명의 사망자를 낸 쿠론역의 대형 화재 사고를 겪은 뒤 안전을 강화해 지금까지 대형사고가 없었다. 이후 파리 지하철 당국은 △비상사태가 나면 역내 전구 절반과 ‘출구’ 표시에 불이 들어오도록 비상 조명회로를 설치했고 △지하철 승강장의 자동 개폐문은 군중이 몰려들 경우 압력에 따라 반대방향으로 열리게 했다. 또 지난해 5월에는 테러 등에 대비해 모든 역구내에 최첨단 감시 비디오 카메라를 설치했다. 대부분의 열차 문은 비상시에 대비해 수동으로 열 수 있게 돼 있다.
▽미국=9·11테러 이후 경비를 강화했다. 알 카에다의 테러 기도 정보에 따라 테러경계 태세가 ‘코드 오렌지’로 격상된 14일 이후 주요 역에는 총기로 무장한 경찰들이 삼엄한 경비를 펼치고 있다. 경찰 특수팀이 부정기적으로 순찰하고 사복 요원들도 지하철에 탑승해 수상한 승객들을 감시한다.
도쿄=조헌주특파원 hanscho@donga.com
파리=박제균 특파원 phark@donga.com
권기태기자 kkt@donga.com
▼정부 안전 불감증…車內 설비 방재 기준 아예없어▼
18일 발생한 대구 지하철 참사에서 전동차의 내장재에 불이 붙으면서 뿜어 나온 유독가스가 인명 피해를 더 늘렸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이에 대한 정부의 안전기준이 아예 없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건설교통부는 19일 국회 건교위에 보고하기 만든 내부자료에서 “사고가 난 대구 지하철 전동차가 제작된 95년 당시 전동차 실내설비의 화재방지기준은 KS규정에 의한 난연성(難燃性·불에 타기 어려운 성질)시험 수준이며 독성가스나 화염전파성, 연기밀도 등에 대한 안전기준은 없었다”며 “유독가스가 자주 발생한 재질이 사용된 게 이 때문일 수 있다”고 밝혔다.
건교부는 또 “지금도 이런 규정은 없으며 최근 발주하는 전동차는 영국의 BS기준 등 국제 규격을 적용해 화재방지 설비를 확대하고 있다”고 공개해 전동차의 화재방지 안전기준이 국제 수준에 크게 미흡함을 인정했다.
이와 함께 “사고 차량은 제작 주문시 차체구조는 불연성(不燃性·불에 타지 않는 성질) 재질을 사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구조 및 기능상 불가능할 경우 난연성 재질을 사용하도록 했다”며 “내장재 단열재 바닥재 등이 모두 공인시험기관의 승인을 받은 제품을 사용했지만 이번 화재에는 역부족이었다”고 덧붙였다.
건교부는 2000년 3월 ‘도시철도차량 안전기준에 관한 규칙’을 제정하고 전동차의 화재 안전기준을 마련했다.
하지만 여기에도 △차체 및 실내설비는 불연성 재질을 사용하되 실내설비의 성질상 불연성으로 할 수 없는 경우 난연성을 사용하고 △차체에 배선되는 전선은 난연성으로 하고 필요에 따라 전선관 또는 차단막으로 보호하도록 하라고 언급했을 뿐 구체적인 기준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황재성기자 jsonh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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